광화문 일대는 거대한 빌딩숲 사이로 600년 역사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주요 궁궐들이 지근거리에 자리해 궁궐들을 둘러보고 각기 다른 매력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경복궁 담장을 따라 광화문을 거쳐 덕수궁까지 조선시대의 흔적을 찾아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립미술관까지 거닐며 근대와 현대를 아울러 조망합니다. 발걸음마다 문화의 향취가 가득한 산책길을 걸어볼까요?
* 도보 기준
과거 조선 왕실의 중심에서 오늘날 서울 한복판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경복궁은 볼거리가 다양합니다. 궁성 안으로 들어서면 중대 의식이 행해졌던 근정전과 마주하게 되고, 이어서 정사를 논하던 편전인 사정전을 지나 왕의 침전인 강녕전,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까지 조선 왕실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멋진 연못 풍경을 배경으로 연회가 펼쳐지던 경회루와 후원에 자리한 향원정도 특별한 볼거리입니다.
매일 오전, 오후 2회에 걸쳐 수문장 교대의식과 광화문 파수의식, 수문군 공개 훈련도 펼쳐져 연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는 곳입니다.
이 외에도 시기에 따라 생과방 체험, 야간개장, 경회루 특별관람, 별빛야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경복궁 담장을 따라 걸으면 국왕이 드나들던 궁성의 정문 광화문에 닿습니다. 조선 5대 궁궐 중에서 유일하게 궐문 형식을 갖춘 광화문은 화려하고 웅장한 기백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광화문은 경복궁을 지키는 수문장이자, 관광객들을 광장까지 연결해주는 오작교이기도 합니다. 찻길을 사이로 고즈넉한 궁궐의 풍경과 하늘 높이 솟은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광화문 일대를 누비는 방문객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관광객들의 여행 시작점 또는 종착점이 되는 광화문은 멋진 자태를 뽐내며 서울의 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공간으로 서울의 걷기 좋은 곳, 놀기 좋은 쉼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광장이기도 한 광화문광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안한 안식처 입니다.
조선시대 주요 관청들의 육조거리를 상징하는 넓은 잔디마당(육조마당)을 지나면 광화문광장의 상징인 세종대왕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소나무 정원, 시간의 정원, 사계정원, 문화쉼터, 열린마당, 광장숲 등 숲과 그늘이 있는 다양한 휴식공간과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는 놀이마당,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의 물길 등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이 밖에도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안내데스크와 화장실, 유아휴게실, 수유실, 음료자판기와 음수대 등이 자리해 쾌적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덕수궁은 경복궁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공간으로 찬란하진 않지만 우아한 멋이 가득합니다. 광화문광장을 벗어나 조금만 걸으면 우측으로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한제국의 황궁과 조화를 이루는 근대 서양식 건축물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고즈넉한 덕수궁을 그냥 걷기만 해도 좋지만 이왕 들르는 김에 미리 석조전을 예약해 함께 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19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을 따른 석조전은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던 장소로 내부는 로코코풍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건물은 지층부터 2층까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9년 복원공사를 거쳐 2014년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을 개관하여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연인끼리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과거 이 길을 따라가면 서울가정법원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이혼하러 가는 부부가 필연하게 걸어야 하는 길이었기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그 전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덕수궁 담장을 따라 1km가량 이어진 길로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낭만이 흐르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모했습니다. 구불구불한 돌담길 한 편에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는 길거리 화가,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을 연주하는 음악가, 잠시나마 일어나지 않을 공상을 현실로 실현시켜준 마술사가 덕수궁 돌담길을 지키고 있습니다. 구경하는 인파에 섞여 예술의 향기를 음미하고, 길가로 제 갈 길을 가며 등 뒤로 들려오는 음악에 심취해 걸으면 어느새 거리예술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덕수궁 돌담길의 낭만은 서울시립미술관까지 이어집니다. 정동길 한편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은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과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대법원 건물의 전면부를 그대로 보존한 채로 현대식 건물을 신축했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독특한 분위기와 미술관 초입에 자리한 포토존과 예술적인 감각의 산책길이 더해져 작품사진을 찍기 좋아 날이 좋을 때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분주히 이어집니다.
이곳이 즐거운 이유는 상시로 무료 전시를 운영하고 있어서 덕분입니다. 더불어 전문성과 대중성까지 고려한 특별전도 선보이고 있어 산책과 함께 예술 작품까지 관람할 수 있는 1석 2조 코스이죠.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팅 앱을 이용해 전시해설을 들으면서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